■ 십자성마을을 아시나요?
“에너지 위기 상황과 점차 심각해지는 이상기후변화에 노출될 손자, 손녀들의 미래가 많이 걱정된다. 주민들의 마음을 모아 에너지 자립마을을 조성하고 이러한 자발적인 운동을 외부에 전파하여 좀 더 건강한 지구를 물려주고자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십자성마을에 거주하는 국가유공자 자활용사촌 구영화 회장(66)의 말이다. 구씨는 22살 되던 해인 1968년도 해병대 청룡부대원으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 온 몸에 파편상을 당해 1969년 귀국, 1974년 10월 십자성마을이 조성되면서 이곳으로 이주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
십자성(十字星)마을은 1971년 설립된 재단법인 파월전상자립회의 기금 5천만원으로 대지 8,059평을 구입하여 1974년 파월전상자립촌이 건립되었다. 이는 1966년 4월 27일 제36회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파월장병 지원위원회 규정」(안건 479호, 국무총리)에 따른 지원조치였다.
마을이 생겨난 천호동 40, 43번지 일대는 당시 허허벌판이었다. 논밭 지역을 일궈 1974년 10월 31일 주택 101동, 회관 1동을 준공하고 그해 12월 1일 주민들이 입주했다. 정착민들은 1975년 준공된 국가유공자 용사촌 복지공장(위생용품 제조)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십자성 복지사업본부 노성남 전무이사(68)는 "혈기 왕성한 젊은 시절에 해병대를 지원했고 국가를 위해 베트남 전쟁에 참가했는데 다리 한쪽을 잃고 말았다. 다친 몸으로 살아가려니 방황도 많이 했지만 이 마을에 함께 정착한 전우들과 동고동락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마을에는 당시 정착한 상이 국가유공자 중 1급 9명, 2급이하 24명, 준회원 14명을 포함해 47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가족을 포함하면 197명에 이른다. 정착민 중 25명은 전상의 후유증으로 이 마을에서 순직했다.
■ 베트남 참전용사들이 다시 뭉쳐 에너지전쟁에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평균나이 67세의 베트남 참전용사들이 이제는 자식, 손자?녀들을 위해 에너지전쟁에 나섰다. 서울시 녹색에너지과에서 추진 중인 ‘2013년 에너지자립마을 조성사업’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가 2014년까지 에너지 자립도 50%를 달성한다는 목표로 공모를 통해 선정한 에너지자립마을은 십자성마을(강동), 둔촌한솔솔파크(강동), 성대골마을(동작), 새재미마을(금천), 방학우성2차아파트(도봉), 방아골마을(도봉), 돋을볕마을(성북) 등 총 7곳이다.
이번 사업에는 십자성마을을 중심으로 민간기업(홈플러스), 관공서(강동구민회관, 천호 제1동 주민센터), 학교(천호중학교)가 함께 참여한다.
홈플러스 벽면에는 벽면일체형 태양광이 설치되어 있고 주변 도로에 미니태양광, 풍력발전 LED가로등이 설치되어 있다. 빗물은 화장실, 녹조조성물로 이용하고 있다.
강동구민회관과 천호 제1동 주민센터 옥상에는 태양광이 설치되어 있다. 건물에는 전력사용량 표지 전광판을 설치해 에너지 사용량을 모니터링한다. 천호중학교는 태양열을 설치해 온수로 사용하고 있다.
이 사업의 주체인 십자성마을의 참여 가정 46가구 중 13가정은 태양광 시설설치를 준비중이다. 또한 에너지 사용량을 그래프화하여 마을 주민들의 동참을 유도하고 강동구청 맑은환경과에서 추진 중인 에너지 진단 서비스를 이용해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이고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법을 배운다.
마을회관에는 절전소를 설치해 에너지 체험 교육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회관 1층에 자전거 자가발전기를 설치하고 회관을 찾는 주민들이 운동도 하고 생산된 에너지로 선풍기, 믹서기, 솜사탕 기기 등을 작동시켜 에너지 체험 교육장으로 운영한다.
회관 옥상에는 태양광을 설치하여 생산된 에너지를 한국전력에 팔아 수익금으로 복지사업에 이용한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상자텃밭을 설치해 수확한 채소류로 마을잔치도 열어 주민화합을 일궈갈 예정이다.
십자성마을과 함께 사업을 추진 중인 맑은환경과 김나정 주무관(37)은 “에너지 절약에 대한 어르신들의 열의가 대단하다. 지난 한 해 동안 에너지 진단 컨설팅(60가구)을 진행하고 부안등용마을이나 성대골자립마을 등 에너지마을을 견학하는 등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과 노하우를 주민들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원시에너지 체험부터 신재생에너지의 자립까지
구는 십자성에너지자립마을을 포함한 강동구 에너지 관광코스를 개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일명 「원시에너지 체험부터 신재생에너지의 자립까지」라는 부제의 사업이다.
암사선사유적지(원시에너지 체험) ⇒ 십자성에너지자립마을(민간기업 : 홈플러스 → 관공서 : 구민회관, 천호 1동 주민센터 → 학교 : 천호중학교 → 십자성마을 : 마을회관 절전소, 에너지체험교육장) ⇒ 둔촌한솔아파트(아파트형 에너지자립마을) ⇒ 바이오체험농장(유채꽃, 해바라기를 재배하여 바이오 디젤 생산)으로 이어지는 에너지 자립마을 체험코스이다.
암사동 유적은 약 6,000년 전으로 추정되는 신석기 시대인들의 주거 원형이 남아 있고 빗살무늬토기 등 당시 생활상이 잘 보존된 우리나라 중부 지역 신석기 시대의 대표 유적이다. 빗살무늬 토기도 만들어보고 직접 만든 그물로 물고기를 잡고 모형 멧돼지나 사슴에 활을 쏘는 등 원시시대의 각종 생활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지난 2010년 문을 연 바이오에너지 체험농장은 직접 친환경에너지를 생산, 소비해 볼 수 있는 체험장으로 총규모 2,120㎡로 유채꽃, 해바라기꽃을 심은 꽃밭과 실험장을 갖춰 학생들이 직접 꽃에서 기름을 추출해 볼 수 있다. 유채씨, 해바라기씨에 함유된 기름의 착유, 정제, 생산 과정을 거쳐 직접 만든 기름으로 차에 주유해 보는 것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우리구는 ‘쿨시티 강동(CO2 Low·Cool City 강동)’이라는 환경슬로건을 제정해 지속가능한 환경도시를 만들기 위해 탄소저감에 앞장서고 있다”며 “십자성마을, 둔촌한솔솔파크 등 에너지자립마을사업을 활성화하고 에너지 절약은 생활 속 작은 실천이 가장 중요한 만큼 주민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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