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문화가 지금처럼 번성하기 전 시절이던 조선시대 후기에는 문맹인 또는 책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을 대신에 책을 읽어주는 전기수가 맹활약을 펼쳤다. 그렇다면 책을 읽어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책의 내용을 말과 표정, 몸짓 등 연극을 통해 표현한다면 어떨까?
지난 12월 한 달 동안 강동구(구청장 이해식)해공도서관에서 이를 시도했다. 일명 ‘책 공연’이다. 해공도서관 권영희 사서는 “예전 전기수처럼 책을 읽어주는 것에 연극적 요소를 가미해 듣는 이들에게 책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하고 상상력을 키워준다는 점이 ‘책 공연’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해공도서관은 독서문화의 질을 높이고 주민들이 독서를 생활화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작년 12월 한 달간 서울시립청소년직업센터(이하 하자센터)와 협약을 맺고 도서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책을 재미있는 읽어주는 방법인 <이야기꾼의 책 공연> 워크숍을 진행했다.
‘정신없는 도깨비’ 연극으로 유명한 ‘극단사다리’ 배우들이 직접 지도하고 일주일에 두 번 2시간씩, 한달 30시간이 넘는 연습을 통해 ‘책 공연’ 두 작품이 완성됐다. 어린이 6명, 어른2명이 참여한 팀은 시어머니를 잘 부양하지 못한 며느리가 맹꽁이로 변했다는 ‘맹꽁이가 된 며느리’란 전래동화를, 주부 6명이 참여한 팀은 엄마로서의 삶을 들려주는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해공도서관 및 하자센터 관계자들을 관객으로 공연도 펼쳤다. 공연이 끝난 후 지난 5일에는 공연에 참여한 이들과 극단사다리 선생님, 도서관 관계자 등이 모인 가운데 간담회를 가졌다. 공연에 직접 참여한 이들은 “그동안 미처 느껴보지 못한 색다른 경험이었다”며 “직접 대본 작업에도 참여하고 연극적인 놀이들을 통해 존재감에 대한 즐거움도 맛보게 된 소중한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책벌레라는 별명을 가졌던 조정연 학생(송파초4)은 “워크숍이 진행된 한 달 동안 다니던 학원을 다 그만두고 참여 했는데 너무 재미있었던,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또 ‘나의 이야기’ 공연에 참여한 엄마들의 공연을 관람한 자녀들은 “엄마가 너무 자랑스러웠다”는 소감을 밝혔다. 전수진 씨(암사동·39세)는 “살림만 하던 우리들이 사회 참여라는 하나의 새로운 도전을 통해 만족감과 자신감을 얻고 또 마음도 치유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해공도서관은 성공적으로 마친 이번 ‘책 공연’을 거름삼아 주민들에게 독서문화를 심어줄 수 있는 새로운 강좌를 지속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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