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금자리주택과 관련한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냄으로써 좋은 선례를 남겼던 「서울특별시 강동구」와 「국토해양부」가 다시금 이 문제로 진통을 겪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1년 5월 보금자리지구 최초 발표 이후, 강동구는 고심 끝에 보금자리주택 1만호 건설을 수용하면서 그에 따른 지역 발전 계획들을 포함해 줄 것을 국토해양부 측에 제안했고, 국토해양부 역시 같은해 9월에 이 제안을 수용한 데에 이어 12월에는 이 모든 내용을 포함한 ‘고덕강일지구 보금자리주택 개발 계획’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문제의 발단은 오는 11월 22일 열리는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때 안건으로 상정될 ‘고덕강일지구 지구계획 승인’ 절차(개발제한구역 훼손지 복구계획 등 심의)와 관련한 내용에, 당시 합의 내용에 들어 있는 ‘폐기물 처리시설 현대화(지하화)’, ‘열공급 설비 증설’, ‘고덕천 생태하천 조성’ 등의 계획을 전부 배제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해당 부지를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제외함으로써 주민들의 삶의 질과 밀접한 도시 기반 조성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럴 경우, 시설 미비에 따른 주민 불편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금자리주택지구 최초 발표 당시, 경기도 과천시의 경우 단체장 주민 소환 투표까지 시행하며 파국에 치달았다. 이에 반해, 강동구는 대안을 만들어 국토부와 합의함으로써 격렬하게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으며 중앙정부와도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국토해양부가 강동구와 합의했던 주요 내용들을 누락한 채 이번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하여 국토해양부 안대로 결정될 경우, 지역 주민, 더 나아가 추후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앞두고 있는 지역의 수많은 국민들과의 신뢰를 저버리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대규모 보금자리주택이 건설될 때 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생활 기반 시설과 관련된 사항들을 등한시하는 태도로 비춰져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먼저, 강동구 강일동에 위치한 ‘폐기물 처리시설 현대화(지하화)’ 계획은 보금자리주택 입주민은 물론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혐오시설로 분류되는 폐기물 처리시설을 지하화하고 지상에 생활체육시설을 조성하는 것으로, 현재 고덕강일 보금자리주택지구 대상 부지에 있는 ‘음식물 재활용 처리시설’도 이곳으로 함께 이전될 예정이었다. 이는 대규모 주택 건설에 따라 생기는 문제들로, 원인제공자에 속하는 「국토해양부」와 「SH공사」가 보금자리주택 사업과 연계해 추진해야 마땅하다. 만약 국토해양부가 이번 안과 같이 폐기물 처리시설 부지를 지구에서 제외시킨다면 강동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500억원 이상으로 자치구 재정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열공급 설비의 증설’ 역시, 보금자리주택 1만호 등 주변 주택지의 열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 에너지 공급 계획이다. 보금자리주택지구에 포함된 고덕천은 현재 생태 하천 복원 공사 중이다. 그러나 지금의 둔치 폭이 매우 좁아 대거 입주하는 주민들을 위한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로서의 기능을 하기에는 부족하다. 입주민 편익을 위한 쉼터와 친수 공간 조성은 꼭 필요하므로, 고덕천은 보금자리지구 부지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보금자리주택사업을 추진하는 국토해양부는 당초 주민들과의 약속 사항을 이행하는 것이야말로 이 사업을 가장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지름길임을 인지해야 한다. 또한, 주택 건립 이후 인구 증가와 복지비용 증대 등의 문제를 충분히 예측해 주민자치센터 및 복지센터 건립, 국가의 복지비 추가 지원 등 주거 안정을 위한 지속적이고 항구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타당하다. 보금자리주택 1만 호가 건설될 경우, 이와 관련한 보육료 등 복지 비용은 자치구인 강동구가 항구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재정 위기를 훨씬 가중시키는 악영향을 초래한다. 이와 더불어, 강동구는 보금자리주택이 국토해양부가 주축이 되어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지하철 9호선 추가 연장’과 관련한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조속히 수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강동구는 한편, 이미 사업이 한창 추진 중인 ‘엔지니어링복합단지’를 고덕강일1지구로 옮기겠다는 국토해양부의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엔지니어링복합단지’는 대한민국의 엔지니어링 7대강국 도약을 목표로 정부가 추진하는 국책사업이다. 지식경제부에서 복합단지를 엔지니어링산업 진흥시설로 지정한 만큼 흔들리지 않고 추진되어야 하는 국가사업으로, 지난해 4월 강동구가 유치에 성공했다. 올 1월 현재 부지인 404번지 일대를 엔지니어링진흥 기본계획에 담아 발표한 것 역시 주민과의 약속이다. 이 때 국토해양부를 포함한 7개 부처가 협의한 내용이기도 하다. 강동구는 현재 ‘엔지니어링복합단지’와 관련해 도시관리계획변경 요청서를 서울시에 제출한 상태이며 이미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즉, ‘엔지니어링복합단지’는 보금자리주택과는 전혀 별개로 추진되는 사업으로, 단지 맞은편에 위치한 첨단업무단지와의 연계성이 떨어져 기업 경쟁력 강화에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모든 점을 고려해, 강동구는 이번 국토해양부의 도시계획 승인과 관련한 심의에서 ‘폐기물 처리시설 현대화(지하화)’, ‘열공급 설비 증설’, ‘고덕천 생태하천 조성’의 당초 약속된 합의 내용을 포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또한, 보금자리주택의 전제 조건이 되는 ‘광역교통개선대책’ 수립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과 이미 상당 부분 추진된 ‘엔지니어링복합단지’는 현재 계획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고덕업무·상업 중심지구’ 역시 독립적으로 개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해식 구청장은 “국토부가 이러한 약속 내용을 누락한 채 이번 심의를 강행할 경우 발생할 분쟁과 갈등, 사업 지연 등은 전적으로 국토부 책임”이라며, “1년 전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강동구는 향후 국토부와의 어떠한 협의도 불응함은 물론, 최악의 경우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