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구청장 이해식) 직원들이 주민들을 위한 새 보금자리, 러브 하우스를 꾸민다. 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4월 17일부터‘집수리 봉사 활동’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부터는 봉사 활동 범위를 다문화 가정까지 확대했다. 한국으로 이민 온 여성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예정된 53가구 중 13가구가 다문화 가정이다.
17일(토) 경인년 맞아 첫 러브하우스로 탄생하는 곳은 둔촌 2동 10평 남짓한 반지하 집에서 어린 두 딸을 홀로 키우고 있는 일본인 여성 세츠카 씨(가명)의 집이다. 기전회 회원 8명이 주말 아침 9시부터 세츠카 씨의 집을 들러 낡은 벽지 교체부터 닳아빠진 전선 등 전기 공사, 페인트칠, 화장실 환기구 설치까지 꼼꼼히 손볼 계획이다.
이미 이들은 지난 13일 이 곳 사정을 잘 아는 동 주민센터 사회복지 담당 직원으로부터 추천받은 세츠카 씨의 집을 방문해 손봐야 할 곳을 하나하나 체크했다. 집수리에 필요한 비용은 구에서 충당키로 했다. 가구당 배정받은 지원액은 150만원이 전부다. 이 돈으로 수리를 마쳐야 하는 것. 기전회 살림을 도맡은 치수방재과 최병옥 씨는“봉사를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 궁리만 하던 몇 년 전을 떠올리면 가뭄의 단비와 같은 돈”이라며 “가진 재능을 이웃들에게 보탬이 되도록 나누자는 마음 하나로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이 돈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기전회는 10여 년 전 강동구청 기계직·기능직 공무원 26명으로 구성된 친목 단체지만 지난해부터는 어엿한 봉사단체가 됐다. 두서너 달에 한 번씩 꾸준히 친목 모임을 갖던 중 청목회, 한우리 봉사단 등 강동구청 직원들이 조직한 봉사단체에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집수리 봉사를 펼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모임 총무인 최병옥 씨가 제안했다.
봉사활동에 필요한 지원금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기전회에 손을 뻗친 이는 서울형 집수리 사업을 추진하던 최기욱 과장(청소행정과)이다. 1년 전 주택과 담당 팀장이던 그가 이들을 끌어 들였다. 이렇게 시작된 기전회의 활동으로 깔끔하게 수리를 마친 가정이 18가구며, 지난해 서울형 집수리 사업으로 4,200만원의 시비를 받아 총 77가구가 혜택을 봤다. 기전회 외에도 청목회, 한우리 봉사단 등 강동구청 직원들이 속한 봉사단에서 함께 짐을 나눈 덕분이다. 서울형 집수리 사업에 가구당 100만원이 지원되는 것을 감안하면 직원들의 자발적인 봉사로 사업비를 반으로 줄여 더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준 셈이다.
구비도 들여서 올해부터는 다문화 가정에까지 지원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이도 최기욱 과장이다. 마침 올해 서울시에서도 서울형 집수리 사업에 기존 기초생활수급자 가구에서 다문화 가정 등 차상위 계층까지 지원 폭을 넓히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구는 오는 6월 치러질 선거를 고려해 상반기에는 기초생활수급자 가구에 속한 다문화 가정을 중심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전문 수리 인력이 아닌 아마추어들의 집수리 실력은 어떨까? 활동 2년차에 접어든 기전회 살림꾼 최병옥 씨는 “10년 동안 알고 지낸 친구 같은 회원들이라 서로의 장단점을 잘 꿰고 있어 손발이 척척 맞는다”며 “기술자들이 갖춘 노련미는 없어도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주말까지 반납할 수 있다는 성실한 자세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협동심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 사진 자료 : 2009년 기전회 회원 활동 모습(고덕2동 거주 정정자 씨 댁 방문, 집수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