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은 지난 4일 ‘식재료 구매방법 개선방안’을 발표해 서울친환경유통센터에서 구매할 수 있는 품목별 금액을 기본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추고, 대신 민간업체를 통한 구매금액은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높였다.
이에 대해 “친환경유통센터를 일반 식재료 공급업체와 경쟁하도록 해 형평성을 맞추고 학교장의 업체 선택권과 식단구성의 자율권을 확대한다”는 주장과 “민간 영세업체로부터 식재료 공급을 늘릴 경우 잔류농약 검사가 제대로 안돼 급식 안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서울에서 도시농업을 선도해온 강동구(구청장 이해식)가 2014년부터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농산물을 학교급식 식자재로 공급한다고 25일 밝혔다. 먹거리의 안정성에 대한 관심이 높은 요즘 친환경 로컬푸드를 학교급식 식자재로 사용하는 등 로컬푸드시스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강동구는 2009년 도시농업(친환경도시텃밭)을 시작해 서울에서 도시농업을 선도해 왔으며, 기존 시장의 5~6단계의 유통과정을 생략한 친환경농산물직매장 「싱싱드림」을 지난 6월 개장해 신선하고 저렴한 농산물을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특히 구청에서 직매장을 통해 유통되는 모든 농산물에 대하여 잔류농약검사를 실시해 먹거리의 안정성을 보장한다.
구는 도시농업과 직매장 시스템을 기반으로 2014년에는 본격적으로 로컬푸드 이용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우선 학교급식 식자재로 공급함으로써 자라나는 아이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통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농산물 물류체계를 구축해 서울시 전 학교에 공급한다. 이와 함께 지역 내 친환경농산물 사용 음식점 인증제를 통해 로컬푸드 활성화를 추진한다.
1. 친환경 로컬푸드시스템 확대 - 친환경 지역 농산물을 학교급식 식자재로 공급
강동구는 서울시 최초로 2014년부터 지역 농산물을 학교급식 식자재로 공급한다. 바야흐로 ‘친환경 급식의 시대’에서 ‘친환경 로컬푸드 급식의 시대’로 전환해 학생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다.
구는 서울시교육청 50%, 서울시 30%, 자치구 20%로 재원을 분담하고 있는 무상급식과 별도로 2013년 기준 구비 약 14억을 지원해 초등학교에 친환경 식재료 공급을 유도해오고 있다. 2014년부터는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로컬푸드를 식재료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강동구가 시행하는 친환경 급식은 일반식재료와 친환경 식재료의 구입비 차액을 지원하는 것으로 2013년 기준으로 보면 학생 한명 한끼당 298원씩 구비를 지원해 26개 초등학교 25,000여명이 혜택을 보고 있다.
그동안 강동구는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급식에 대한 학부모의 불신을 해소하고자 2008년 11월에 「서울특별시 강동구 학교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2009년 3월부터 5개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서울시 최초로 친환경 급식을 시작하였으며, 2010년에는 16개 초등학교, 2011년에는 26개 전체 초등학교로 확대 시행해왔다.
학교급식에 ▷쌀, 잡곡, 야채류 등 농산물은 무농약 이상 ▷돼지고기, 닭, 오리 등 축산물은 무항생제 이상(단, 소고기 한우 1~3등급) ▷기타 수산물, 김치, 가공식품은 국내산으로 공급한다.
서울시내 자치구에서 친환경 쌀과 우수농산물을 지원하는 경우는 있지만 강동구처럼 모든 초등학교에서 사용하는 식재료 전 품목을 정부(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인증한 친환경 식품으로 사용하는 사례는 유일하다.
2. 친환경농산물 사용 음식점 인증제 실시 - 생산지 인증도 중요하지만 이젠 소비지 인증도 필요한 시점
시민 누구나 안전한 농산물을 먹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아무리 산지에서 친환경 농산물이 넘쳐나도 정작 음식점에서 접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정부나 지자체는 생산지 농산물의 품질 관리에만 집중할 뿐 시민이 먹을거리를 접하는 음식점에 대한 관리를 전혀 시도하고 있지 않다.
이에 구는 학교급식 식자재 공급과 더불어 친환경 농산물 사용 음식점 인증제 등을 통해 ‘강동에서 생산해 강동에서 소비’하는 이른바 ‘강산강소’ 친환경 로컬푸드 운동을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이는 지역의 품질 좋은 농산물을 주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구청은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하는 음식점에 대해 홍보를 책임지는 대신 사용 농산물에 대한 철저한 검사로 주민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2014년 초에 가칭 ‘친환경 농산물 사용 음식점 인증조례’를 제정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올해 12월 중 친환경농산물 생산농가협의회와 지역 내 6개 음식점을 연결시켜 시범 운영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과 효과 등을 검토한다.
친환경농산물 생산농가 협의회는 강동구 지역의 친환경농가 및 실천농가로 구성된 순수농업인 단체로 지난 3월, 43개 농가로 구성된 협의회와 구청은 농산물 공급에 관한 MOU를 체결해 농가의 소득증가와 함께 강동구친환경농산물직매장의 안정적 농산물 공급을 확보했다. 또한 구는 안정적인 생산물 확보에도 노력하고 있다. 관내 친환경 인증농가를 더욱 확대해 안정적이고 저렴한 친환경농산물의 유통체계를 구축할 예정으로 강동구 지역에는 110개 농가가 있으며 현재까지 52개 농가가 친환경 농가로 전환해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서울 지역의 친환경 농가는 70여개에 불과하다.
3. 친환경농산물 물류체계 구축, 서울시 전 학교로 확대 계획 - 서울의 학교급식에 공급되는 농산물을 모두 타 지역에서 생산
2012년 농림어업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농가는 3,114농가로 473ha에서 연간 5,683톤의 농산물이 생산되고 있다. 강동·송파·강남구 일대의 채소류, 강서·양천·구로구 일대의 벼, 노원·중랑·도봉구 일대의 과수류가 재배되고 있다.
강동구 지역은 전체 면적의 44%가 개발제한구역으로 친환경 농가 농지면적이 240,388㎡에 달하고 62개 생산품목, 연간 2,130톤의 생산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강동구 지역 초등학교 1년 농산물 급식량 648톤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한편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는 서울시 1,319개 초중고교 중 864개 학교에 급식 식자재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센터를 통해 공급되는 농산물은 서울시를 제외한 타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다. 경기, 강원, 제주 등 9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공급 받은 농산물을 집하해 서울 지역 학교급식 식자재로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현재까지 서울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학교급식에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구는 전처리시설을 보유한 유통센터를 거쳐 서울 각 구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서울의 학교급식 집하지인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로 공급해 서울시 각 학교급식의 식자재에 서울의 로컬푸드가 공급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구 관계자는 “ ‘친환경 농업’과 ‘로컬푸드 활성화’는 한·중 FTA 등에 의한 국내 농업의 고사 위기 속에서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